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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죽음의 수용소에서(책 리뷰)

by 인생 기술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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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아들러에 이어 비엔나 출신 3대 정신분석 학자이자, 2차 대전 유태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토르 프랭클(Viktor Frankl)은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1946년 출간>에서 자신이 1942-1945년 간 나치 유태인 수용소에서 겪은 비인간적인 경험과 관찰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창시한 로고 치료법(logo theraphy)을 소개한다. 로고 치료법은 '인간 존재의 의미 발견을 통한 정신질환의 치료방법'이다. 로고 치료법을 통해서 불안을 극복하고, 인생의 행복과 충만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나치가 설치한 유태인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모든 의미와 인생의 목표를 빼앗겼다. 저자는 동일하게 처참한 수용소 생활에서 왜 어떤 사람은 심한 어려움을 견뎌내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무너지고 의욕을 포기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은 사람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유명한 명언으로 "당신이 나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당신의 행동에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저자에 따르면, 수용소의 수용자들은 3단계의 심리적 변화를 겪는데, 처음 수용소에 입소하면 '충격'을 받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사에 '무감각'해지며, 수용소에서 해방된 이후에도 '환멸'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수용소 도착 후 사람들은 충격 속에서 평상시 같으면 비정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 행동들을 했다. 수용소 삶을 모면할 수 있다는 착각, 유머,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는 아직 가족을 그리워하고, 죽음과 고통의 현실 속에서 무서워하거나 연민 등 인간으로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병자들을 먼저 가스실로 보내기 때문에 건강해 보이려고 깨진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수용소 내에서의 반복적인 생활이 지속되면, 좀 더 암울한 현실 속으로 빠져들게 되며 매일 구타와 학대에 대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둔감해지고 감정이 무감각해져서 감정적인 죽음 상태에 빠졌다. 특히 카포라고 불리는 나치에 의해 임명된 유태인 감독자들이 나치보다 더욱 심하게 동족들을 학대하는 것을 목격했다. 3번째 단계로 전쟁 종료 후 다수 생존자들은 환멸의 고통을 경험했다. 즉 그들은 마치 꿈속같이 자신의 삶을 몸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신체,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단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복수심, 처참함, 환상으로부터 깨어나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다수 수용자들은 무시무시한 수용소 생활에도 불구하고 내적인 평안과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초연함을 보였고, 자신에게 남은 작은 자유지만, 다른 수용자에게 동정심을 베풀기도 했다. 저자가 보기에는 생존과 자기 보전이 육체적인 강인함보다 정신적, 감정적 강인함에서 비롯했다. "사람은 영적이고 육체적 스트레스의 끔찍한 조건에 놓여도 정신적 자유와 마음의 독립성을 보존할 수 있다"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특별히 3가지의 대처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인간은 외부환경이 아무리 참을 수 없는 상황일 지라도 내면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심리적 공간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머, 예술과 미에 대한 애찬, 종교적이고 영적인 믿음, 상상력, 사랑 등 풍부한 내적 삶의 소재를 가진 사람들이 수용소 생활을 훨씬 더 잘 견뎌냈다. 수용소의 삶이란 존재에 대한 정체성, 재산, 생각 등 모든 것이 상실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고 혹은 영원히 임시적 존재와 같았다. 그러나 삶에 대한 목표가 있는 수용자들은 버틸 힘을 얻었다. 즉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생존하였다. 혹독한 삶 속에서도 계속해서 매사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즉 내일까지 살기를 아니면 포기를 선택할 수 있고, 수용소가 자신을 동물처럼 취급하도록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인간의 가치와 자아를 지킬지를 선택할 수 있고, 주어진 상황을 해석하고 그에 대해 인간으로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저자 자신은 다른 수용소에 수감된 아내에 대한 사랑의 마음과 수용소에서 나가면 로고 치료법을 완성시키고 일을 재개하겠다는 소망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수용소에서의 고통을 수용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결심했다. 즉 저자는 사랑, 일, 고통을 활용해서 살아남았다.

저자는 2차 대전 전에 비엔나에서 로고 치료법의 초고를 작성했는데, 수용소에서 나치에게 압수당했다.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로고 치료법을 다시 완성해서 전후에 실제로 환자들의 치료에 적용하였다. 로고 치료법은 과거에 초점을 맞춘 심리분석과는 다르며, 환자에게 인간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찾도록 해 주고 환자 스스로 내부 갈등, 존재적 좌절과 허무주의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로고 치료법은 인간의 내부 성찰을 통해서 미래에 무엇을 이룰지에 대해 중점을 둔다. 인간의 의미에 대한 추구가 즐거움과 권력에 대한 욕구보다 더욱 근본적임을 전제로 한다. 또한 인간의 행동이 생물학이나 외부조건에 따라 미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결정한다고 본다. 즉 지금 이 순간의 결정이 미래를 정하고, 우리가 누구이며 그리고 누가 될 것인지 등 우리를 재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빼앗겨도 한 가지는 남는다. 이는 인간의 마지막 자유이며,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인생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한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의 삶에서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뜻은 희망과 동기를 발견하는 것이고, 당신의 잠재력을 일깨워 더욱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로고 치료법의 기술적인 방법 중 하나는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이다. 역설적 의도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이는 무슨 두려운 감정이 들려고 하면, 피하지 말고 일부로 그런 두려운 감정이 나타나게 허용하면, 역설적으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말을 더듬을 것 같은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말을 더듬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하려 애쓰지 말고, 더욱 말을 더듬으려고 해 보면 오히려 말을 더듬지 않게 되고 두려움도 사라진다고 한다. 저자의 역설적 의도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하라. 그러면 두려움의 죽음(the death of fear)이 확실하다"는 말과 비슷하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삶 전체의 큰 의미(super-meaning)를 알 수 없더라도, 다가오는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이 이룰 수 있는 천직이 있으며, 이런 천직을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독가스실을 만든 존재가 사람이지만, 그런 독가스실에 두려워하지 않고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똑바로 서서 들어갈 수 있는 존재도 인간이라고 한다. 저자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사람의 가장 깊은 열망은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며, 의미를 찾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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