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살기

by 인생 기술 2022. 8. 31.
반응형

사실은 문제가 있다. 그것도 커다란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또한 전혀 모르지만 마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왜 이 조그만 지구에서 지금 숨을 쉬고 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지, 인생이라고 불리는 매일매일의 삶이란 어떤 의미인지 사실은 아는 사람이 없다. 그저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주장을 하지만 보편적인 진리라고는 할 수 없다. 삶이라는 커다란 존재의 문제는 알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일상의 생활 속에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일이 너무 많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냥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간다. 왜 한 번뿐이라는 인생에서 사랑하기가 이렇게 힘든지!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그렇다. 아파도 안 아픈척하고, 화가 나도 화나지 않은 척한다. 증세가 있어도 코로나19로 확진되면 회사에서 배척받을까 봐 일부러 검사를 안 한다. 상사의 지시가 불합리해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척하고 심지어 좋은 지시라고 거짓말까지 한다.


칼 융은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인간이 사회 속에서 쓰고 살아가는 가짜 인생과 가면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생활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이 원치도 않는 것을 평생 따른다. 칼 융은 이러한 가짜 순응을 페르소나 가면으로 정의했고, 사람들이 약 1,000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보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면서도 스스로 다 안다고 믿고 살아간다. 나이가 들면서 강화되는 고집도 시작은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타인의 지적에 분노한다. 나이가 들면서 잘못된 지식이 고집을 넘어서 신념이 되고 가치관이 된다.


르네상스 이후 발달한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모더니즘이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 발견과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모든 인간이 합리적이며 합리성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라는 것이 모더니즘 사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에 이성 자체에 문제가 제기되고 탈이성적이고 다양성과 탈권위적인 것을 추구하는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이 태동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따르면, 절대적인 입장이란 없고 상대적 가치관이 강조된다. 어떤 생각이나 메시지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각한 뜻과는 다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오늘날 사회가 위계질서보다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현대인의 생각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어떤 것도 절대적 진리가 없다고 믿는 태도를 만들어냈고, 모든 일에 대해 비슷한 값어치와 시간을 분배하도록 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구분이 애매해졌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내가 무엇을 잘 알 필요가 없어졌다. 절대적 진리에서 멀어지고 다양한 상대적 의견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다. 무엇이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믿는다.

뛰어난 지식의 소유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모든 것에 대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는 문화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모른 것도 안다고 믿는다. 1초면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는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인본주의 휴머니즘을 뛰어넘어 인간과 기계를 접목하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 가고 있다. 모든 것을 안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태도에서 이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자세가 형성되었다. 아프면 약을 먹으면 되고, 심심하고 외로우면 넷플릭스를 보면 되고, 배고프면 배달앱을 누르면 된다. 정말 그럴까? 약을 먹어도 낳지 않는 병이 있고, 넷플릭스를 24시간 보아도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과 고독이 있다. 밥을 먹어도 혼자 먹으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안다고(금방 검색해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왜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생활의 편리성은 늘어나는데도 사람의 마음은 더 많이 아픈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불합리한 것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있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우선 나의 삶에 우리의 삶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반응형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의 마음자세  (0) 2022.09.04
생각의 숲에 멋진 길내기  (0) 2022.09.03
죽음의 수용소에서(책 리뷰)  (0) 2022.08.28
선택의 힘  (0) 2022.07.28
개인적 나와 인류라는 집단 속의 나를 동시에 이해하기  (0) 2022.07.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