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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인생 역정

by 인생 기술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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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인생이라는 평생직장에 출근을 한다. 어제저녁 자기 전까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렸던 일들이 다시 연속극 시리즈처럼 이어서 펼쳐진다. 우선 늘 해오던 대로 탄수화물 제품들을 몸속에 전달해준다. 만약 하루라도 탄수화물 제품이 창자에 전달되지 않으면, 약 1,000조 마리의 미생물(유익균, 유해균, 중립균)들이 계속해서 소동을 벌인다. 몸이 장작처럼 마르지 않으려면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만들어진 혼합물로 꿀꺽 마셔야 한다. 이어서 석유에서 뽑아내거나 동식물에서 뜯어낸 원료로 만든 몸 가리개를 두르고, 다시 원유의 혼합물에서 뽑아낸 점성 물질로 만들어진 아스팔트 위를 걸어간다.

땅 속을 질주하는 기다란 통 속에 들어가거나, 땅 위를 굴러가는 사각형 네 발 이동장치를 탄다. 가는 동안 오늘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떠오른다. 작은 무선 통화 상자를 보면서 가상 놀이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일터에 도착하면, 늘 하던 대로 일이라는 작업을 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돕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매일 똑같은 호르몬과 화학물질이 몸속에서 신경세포에 전달되고 몸속에서 불안, 흥분, 분노를 일으킨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페르소나를 쓰고 녜녜하며 지낸다.

두 번 더 탄수화물 제품 공장을 방문하고 가끔 곡식이나 화학물질로 만든 액체도 마신다. 다시 네발 사각통이나 지하 속 긴통 속에 들어가서 조그만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내일 할 일을 미리 앞당겨 생각하기도 하고, 주로 오늘 나의 감정이 상했던 일들을 다시 곱씹어 본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혹시 다른 일터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혼의 문제도 사제의 출신학교나 영어 실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다시 나만의 공간에 도착하면 소파에 옆으로 누워서 바보상자라는 사각통을 들여다보고 웃거나 울면서 시간을 보낸다.

다시 오늘의 인생 직장에서 퇴근할 시간이 오고 사각형의 잠 터에 오른다. 뇌 속의 의식적인 베타 파장이 알파파로 변하고 시각과 청각이 잠시 기능을 멈춘다. 세타 파장으로 넘어가면서 온갖 꿈을 꾼다. 두리뭉실하고 알 수 없는 꿈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잊힌다. 눈 뜨고 사는 삶도 힘들지만, 꿈속의 삶도 버거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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