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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복잡한 단어가 주는 혼란

by 인생 기술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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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화 중에 상대방이 실없는 내용이지만 단어나 문장의 배치를 활용해서 사람을 웃게 만드는 말을 말장난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과자가 자기소개를 한다=전 과자'라는 표현이 그렇다. 그러나 같은 내용을 단어만 바꾸어서 그럴듯하게 다시 말해도 말장난하지 말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이론, 책의 내용, 광고의 문구 등을 잘 살펴보면, 같은 의미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매번 다른 단어나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분명히 어떤 공통적인 대상을 묘사하고 있는데, 너무 다양한 단어나 언어들의 존재로 인해 마치 다른 대상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신에 대한 표현들이다. 각각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마치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지며 자신이 만지는 부분만 코끼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이라는 존재는 우주만물을 창조한 유일한 근본 원인 또는 존재로 이해된다. 따라서 신이 전체 우주에 여러 존재로 나뉠 수 없고 단지 하나의 힘 또는 존재여야만 한다. 그러나 신을 표현하는 단어는 사용자의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신, 절대자, 창조주, 전능자, 우주 지성, 우주 마음, uncaused causer, 우주 에너지, 우주 힘, 초월자 등.

전문서적, 박사 논문, 의학, 국제기구 문서 등에서는 단순한 내용을 각자 전문 용어(terminology)를 사용해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실 인간과 눈에 보이는 사물을 묘사하면서도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치 별도의 사물이나 세상이 있는 것처럼 이해된다. 오늘날에도 인간의 생존본능이나 인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기본적인 감정 소통방식은 과거 수렵시대 원시인들과 다를 게 없다. 다만, 인간 지성과 학문의 발달로 인해 인간 삶의 영역이 너무 넓어지다 보니 새로운 영역에 대한 의미 규정이 필요해서 수많은 용어들이 생긴 점은 이해가 된다. 또한 다양한 외국 언어를 자국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같은 대상이 마치 다른 것처럼 된 것도 많다. 아침인사로 '안녕하세요?'나 '굿모닝'이 같은 의미인데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느낌을 가져보려고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외국의 번역서를 읽다 보면, 그러한 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똑같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내용인데도 외국어로 써진 내용을 우리말로 옮기다 보면 마치 외계인들의 생활을 묘사하는 것 같다.

모든 철학자나 현자들은 심플한 삶의 방식을 권유한다. 명확한 사고, 간단한 옷, 소박한 생활공간과 방식, 소박한 음식이 장려된다. 그러나 우리의 머릿속은 이미 다양한 교육, 서적, 대중매체를 통해서 너무 복잡한 개념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매일 새로운 개념들이 추가되고 있다. 같은 대상을 너무 여러 가지 개념으로 묘사하면 단순한 세계가 너무 복잡해진다. 비현실 세계, 가짜 세계,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은 같은 의미이다. 혁신, 개혁, 개선, 수리, 수선, 구조조정 등은 모두 고친다는 의미이다. 잘 점검해보면, 우리 머릿속에서 떠돌아다니는 여러 개념들이 각자의 뜻도 이해가 안 되지만, 사실 동일한 대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모든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어한다. 같은 대상에 대해 너무 많은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너무 복잡하게 돌려서 표현하다 보니, 상대방이 나의 본심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 때 엄청난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수많은 어려운 책을 저술한 학자도 나이가 들고 노쇠해지면 요양원에서 햇빛이 드는 공간을 먼저 차지하려고 애쓴다. 이때쯤 되면 과거 자신이 연구하고 만들었던 모든 복잡한 개념들이 사라지고 가장 단순한 단어들이 필요해진다: 아프다, 배고프다, 도와주요, 춥다 등. 세상에 난무하는 복잡한 개념들을 너무 좋아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단순한 인간 언어를 자주 사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대인은 말을 너무 돌려서 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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