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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도둑맞은 집중력(책 리뷰)

by 인생 기술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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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Johann Hari)는 <도둑맞은 집중력, Stolen Focus, 2022년 출간>에서 현대인들이 왜 집중력 부족 문제로 인해 시달리는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분석한다. 그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발견한 집중력 부족을 자각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집중력 부족이 늘어나는 이유가 유전이나 또는 게으름과 스마트폰 사용 등 특정한 이유라기보다는 현대문명이 일으키는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따라서 저자는 집중력 부족이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디지털 문명이 야기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국가적이고 사회공동체적인 공동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우리가 전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종국에 이러한 현상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 저자는 "미국 10대들이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 못한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집중력을 요하는 독서 시간이 줄어든다"라는 지적을 통해 현대인들이 겪는 집중력 부족 문제에 대해 관심을 제기한다. 즉, "문제가 있는 것은 알겠는데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태이며, 비만처럼 집중력 저하(ADHD)는 사회적 유행병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또한 집중력 위기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하고, 시민의식 약화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다만, 오히려 문제가 해결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관점도 보여준다.


1. 너무 빠른 속도와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은 한정된 자원인 집중력을 손상한다. 우리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데, 멀티태스킹을 하면 깊은 사고 대신 피상적인 사고가 지배하게 된다. 가속화되고 산만한 문화가 사람들의 인지능력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고 여긴다.
2. 몰입 능력이 손상되고 있고, 회복이 필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스키너(B.F. Skinner)의 유명한 '비둘기 상자 실험'의 결과가 현재 디지털 기술에 접목되어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 스키너 실험이란 상자 속 비둘기가 먹이라는 보상을 얻고자 무슨 짓이든 사람이 시키면 따라 하는 행동을 말한다. 자신의 실험 결과, 스키너는 인간에게 정신(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는 의미에서의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그게 무엇이든 현명한 설계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재설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의적으로 조악한 보상(팔로워나 좋아요 숫자 등)을 간절히 열망하게끔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스키너의 핵심기술을 수십억 사용자에게 적용했다고 한다. 스키너 실험에 대항하여, <몰입>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공허한 기계적인 반응 이상의 것을 낳는 인간심리(창작, 창조, 비상한 집중력, 몰입, 플로우, 시간이 정지하는 상태, 자의식 소멸, 긍정심리학)를 탐구하였다. 그는 사람에게 단일한 목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목표, 능력의 한계를 약간 넘는 목표 설정이 몰입을 유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미하이는 화가들이 결과물인 그림에서 보상을 찾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화가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만함에서 벗어나려면 안 좋은 요소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대신 긍정적인 목표로 인생을 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3. 잠들지 못하는 사회와 만성수면부족 현상을 분석한다. 지난 100년간 사람의 수면시간이 약 20% 감소했다고 추정한다. 잠을 못 자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낮에도 피곤하면 국소수면 상태에 빠지고, 수면부족은 숙취 같은 느낌을 준다. 인류가 전구의 발명으로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잠을 깨는 오랜 생활방식에서 이탈했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는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의존한다. 밤늦게까지 디지털 쇼핑을 안 하면, 기업이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소설의 수난시대가 도래했다. 책 읽기에서 점점 화면(TV, PC, 스마트폰) 보기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독서의 붕괴가 발생하고, 긴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간혹 책을 읽을 때도 즐거움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에서 물건 고르듯 대충 정보를 수집한다. 미국인의 57%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는 더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소설 창작과 판매시장 규모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간접경험을 통해서 공감능력을 높이는 소설 읽기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5. 간혹 멍 때리기와 같은 딴생각의 순기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있다. 특히 집중 중에도 하게 되는 딴생각은 당면한 내용이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문제에 대한 의외의 해결책을 찾아낸다. 딴생각은 다른 형태의 무의의식적인 집중이다. 현대인은 제대로 된 딴생각을 하지 못하고, 부산함 속에서 끝없이 겉만 훑는다. 창의적 생각이란 집중과 딴생각의 조화이다. 스트레스가 적은 상황에서의 딴생각은 창조적 힘이지만, 반대로 부산한 상황에서의 딴생각은 고통이 될 수 있다. 6.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집중력 파괴가 그들의 사업 모델이다고 주장한다. <소셜 딜레마: SNS의 파괴력 다큐>에서 보여주듯이, 마술이란 사람의 주의를 조종하는 기술이다. 만약 사람이 자기의 주의력 부족과 같은 약점을 잘 안다면, 마술은 불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기업들이 마술과 같이 사람을 조종하는 기술을 컴퓨터에 코딩한다. 윤리의식 없이 더 많은 참여와 체류(스크린타임)만을 유도해 광고를 오래 보게 하고 있고, 그 결과가 소셜 미디어의 세계이다. 세상을 개선하겠다고 테크 업계에 들어온 친구들이 이제는 인간본성을 조종하는 경쟁에 휘말려 있다. 구글 등이 제공하는 정신의 방해요소가 명료하게 사고하고 집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디지털 기기처럼 무언가를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꼭 인간성에도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터넷 기업들의 영업방식에 대한 어떤 해결책이 없다면, 이 세상은 "앞으로 수십 년간 지난 수십 년보다 더욱 심각한 중독 상태에 빠질 것이다"라는 견해가 있다.
7. 사람의 산만함에 불을 지핀 것과 같은 세상이 왔다. 소위 '감시 자본주의(Shoshanna Zuboff가 만든 단어)'에 의하면, 현대인의 집중력 약화는 디지털 기기 전반에 웹사이트가 설계되는 방식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디지털에 오래 노출되면, 잦은 비난 성향과 옅은 이해의 방식으로 뇌구조가 변한다. 인간의 부정편향(비난은 더 하고, 이해는 덜 하는 태도)에 어울리게 알고리즘이 정보를 제공한다. 분노를 많이 일으킬수록 sns 참여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점점 인간 사회의 집단적 집중력이 파괴되고 있다. 분노를 일으키려고 진짜뉴스보다 6배 빠르게 전파하는 가짜뉴스를 유통시킨다. 그 결과, 우리는 합리성과 지성, 집중력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고, 기후변화 등 세계적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집단적 합리성을 기대할 수 없다.
8. 작고 얄팍한 해결책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마치 다이어트 책만 가지고는 비만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 문제에서 작동하는 더 거대한 세력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가 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다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잔혹한 낙관주의를 경계하자고 말한다. "개인이 자제력을 키우려 노력할 수 있지만, 화면 반대쪽에는 우리의 자제력을 꺾으려고 노력하는 수천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있다"라고 폭로한다. 9.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감시 자본주의 금지, 개인이 구독료 납부, 공공소유, 유튜브 추천기능 삭제, 알고리즘 변경 방안 등을 제시한다.
10.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상태와 관련해서, 현대인은 과각성(hypervigilance)에 빠져있다고 본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의 초점은 늘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추어진다. 경제적 어려움도 매사에 각성상태를 일으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11.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례를 소개한다. 시티오브런던(영국의 월스트리트)의 Andrew Barns는 주 4일 근무를 시행해서 일처리 방식을 개선했고, 결과적으로 생산성 개선뿐만 아니라 산만한 정신이 맑아졌다. 이러한 경험과 최근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실험은 집중력 강화를 위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퇴근 후 이메일/문자 체크 방지를 위한 공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2.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과 가공음식이 몸에도 나쁘지만, 결국 집중력을 저해한다고 여긴다. 인간이 전통적인 자연 신선 음식 연료대신 매우 해로운 연료를 매일 몸에 밀어 넣고 있다. 급격한 혈당 상승 후 다시 혈당을 하락시키는 음식을 계속 섭취하는 문화가 되었다. 식품산업은 오직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정제 탄수화물, 설탕, 트랜스지방, 방부제, 첨가 화학물질을 동원해서 사람의 입맛을 장악한다. 음식이 ADHD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급증하는 대기오염과 독성물질도 마찬가지 문제이고, 장기 흡수 시 뇌세포 손상과 치매를 일으킨다. 납이든 페인트와 유연휘발유 폐지의 투쟁 역사가 이런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환경 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도 많은 화학물질(플라스틱, 살충제, 가소제, 방연제, 화장품 등)이 뇌나 갑상선에 해를 끼치고 있다. "오늘날 아이들이 유독성 물질에 오염된 채로 태어난다, 개개인의 수준에서는 환경오염에서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다, 금속 캔의 80%를 코팅하는 데 사용하는 비스페놀 A(BPA), PCBs 등에 둘러싸여 산다, 오늘날에는 정상적인 뇌를 가질 방법이 없다"라는 문제점을 언급한다.
13. ADHD 진단이 잘못되고 있다고 본다. 아이들의 늘어나는 ADHD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보지 않고, 생물학적 장애로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청소년들의 13%가 ADHD 진단을 받고, 강력한 각성제를 처방받는다. 동물들 마저 ADHD 진단을 받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고 분석한다. 미국 동물원 50%가 동물에게 정신과 약을 투여한다고 한다.
14.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집 밖에서 놀 기회가 적고, 부모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다. 아이들은 놀이와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 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언가에 능숙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집중력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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