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과 의식모드 전환

누구나 살아오면서 기적 같은 일을 최소한 몇 번은 경험한다. 교통사고를 순간적으로 피해서 살아남는다는지 혹은 도저히 자신의 실력으로 합격할 수 없는 시험에 합격하는 경우 등이다. 기적을 단순하게 운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적이 일어난 환경과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운이라고 볼 수 없는 적이 있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 탄생 자체가 기적이다. 1억 마리 이상의 정자들이 올림픽 마라톤 경주를 통해 1등을 한 1 마리가 난자와 결합하여 잉태되는 영광을 누린다. 또한 인간 자체가 홀로그램인 점도 기적이다. 사람에게는 최대 100조 개의 세포가 있다. 그런데 모든 개별 세포의 세포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고 모든 세포는 전체 인간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점이 홀로그램적인 특징이다. 홀로그램이란 모든 부분이 전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구조를 말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인간의 어떤 세포를 가지고도 나와 동일한 다른 나를 복제할 수 있다. 이미 동물들에서는 복제동물이 탄생한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적 같은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며 산다. 너무 고정된 시각으로 현재의 모습에만 집중한다.

의학도 원래 인간이 가진 기적 같은 생명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암을 스스로 치료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반대로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는 넘칠 정도이다. 그렇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기적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의 의식은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쫓아가지 못한다. 세포 속에서 진행 중인 엄청난 속도의 정보 전달은 인간 의식의 상상을 초월한다. 신경세포들 간에 연결고리인 시냅스를 통해 신경전달 물질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전달된다. 심장이 한번 피를 내보내면 불과 90초 사이에 지구를 세 번 도는 12만 km를 빠르게 돌고 다시 심장으로 복귀한다. 인간은 자신 속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기적 같은 현상들을 모르거나 눈을 닫고 산다. 오직 피부 바깥에 드러나는 내 몸뚱이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파서 병원에 가 수술을 하게 되면, 그냥 눈을 감고 운명에 자신을 맡긴다.

한편, 우리의 의식이라는 커다란 방 속에는 살아오면서 수집한 수많은 전자제품과 가구들이 꽉 차 있다. 의식이 작동하는 한 전자제품들이 작동하고 흔들리고 열을 내고 온 몸과 마음을 뒤흔든다. 끊임없이 엄청난 생각과 감정, 상상과 억측, 오해를 생산해낸다. 오래된 전자제품이나 커다란 가구들을 하나씩 꺼보려고 시도해도 전체를 끌 수가 없다. 아예 나의 의식의 방으로 공급되는 전기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즉 의식의 모드를 정지 모드로 전환하기이다. 잠이 깨면 꿈이 금방 잊히는 이유가 바로 모드의 전환 때문이다. 잠재의식 속에서 진행된 꿈이 의식 상태로 전환되면서 잠재의식의 방에 공급되었던 전기에너지가 끊긴 것이다. 마찬가지로 낮에 의식이 작동하는 동안 발생하는 각종 생각과 기억, 상상을 제어하려면, 낮이고 깨어있지만 의식을 무의식 상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라는 전기제품과 가구 자체를 해체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에게 공급되는 의식의 전기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의식상태에서 무의식 상태로의 전환이란 꿈의 반대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낮의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걸어가고 말도 하지만 의식에 에너지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모든 존재가 꿈처럼 여겨지고 의미가 없어지는 현상이다. 흔히 마음을 비운다는 현상이다. 그러면 낮에 겪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도 아파하지 않고 덤덤하게 그저 바라볼 뿐이다.